📚엉클조아카데미
인생 이야기은퇴 직후

대형 면허를 땄는데 쓸 데가 없었다

쉰다섯에 1종 대형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막연하게 시골에서 마을버스나 몰면 어떨까 싶어서. 그리고 1년 동안 단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조

엉클조 (조경만)

좌충우돌 5년기 · 2019년

2019년 여름,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1종 대형. 버스를 몰 수 있는 면허입니다.

당시에 제 나이 쉰다섯이었습니다. 강의로 먹고사는 금융컨설턴트였고요. 주변에서 물었습니다. 갑자기 왜?

뚜렷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나중에 시골에서 마을버스나 몰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계획이라기보다는 꿈에 가까웠습니다. 그것도 좀 흐릿한 꿈.

3일 만에 땄습니다

학원에 등록하고 3일 만에 합격했습니다.

면허증을 손에 쥐었을 때, 기분이 좋았습니다. 뭔가 준비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집에 와서 지갑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났습니다.

1년 동안 그 면허를 쓸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버스 기사가 뭘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어디에 이력서를 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면허만 땄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귀촌 준비도 비슷했습니다

사실 2009년에 충남 청양에 땅을 사뒀습니다.

경매로 낙찰받은 거였는데, 당시엔 "나중에 거기 가서 살면 되겠지" 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집을 짓지 않았습니다.

땅만 있고 계획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무계획하게 보일 수 있는데, 솔직히 그랬습니다. 은퇴 후 삶을 진지하게 생각한 게 아니라, 그냥 막연하게 "어떻게 되겠지"였습니다.

그게 저의 2019년이었습니다.

그래도 움직이긴 했습니다

근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그 막연한 시절이 나중에 다 연결됩니다.

대형 면허를 땄기 때문에 나중에 버스 기사 쪽을 알아봤고, 그러다 채용 시장의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청양 땅이 있었기 때문에 5도2촌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막연해도 움직이면 뭔가가 남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확실히.

솔직하게 씁니다

이 시리즈는 잘 됐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 조경만, 엉클조가 55세부터 60세까지 뭘 하려다 실패하고, 또 뭘 해보다 됐는지 그냥 있는 그대로 씁니다.

자격증 3개를 따도 취업이 안 됐던 이야기, 60세에 야간 교대 근무를 했던 이야기, 20살 어린 사수한테 구박받으며 킥보드 수리를 배웠던 이야기.

창피한 것도 씁니다. 왜냐면 그게 진짜니까요.

은퇴를 앞두고 막막한 분들, 재취업이 안 된다고 지쳐있는 분들.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됐습니다. 당신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