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전화가 하루에 서너 통씩 왔습니다.
"선생님, 죄송한데요. 강의가 어렵게 됐습니다."
한 달도 안 됐는데 100여 개의 강의가 전부 취소됐습니다.
수입이 줄어든 게 아니었습니다. 100에서 0이 됐습니다.
처음 두 달은 TV만 봤습니다
제가 용감하게 바로 일어섰다고 쓰면 거짓말입니다.
그냥 멍했습니다.
강의 30년 했는데,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습니다. 갑자기 아무도 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매일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밥 먹고, TV 보고, 또 밥 먹고, 또 TV 봤습니다.
밖에도 잘 안 나갔습니다. 거리두기도 있었고, 솔직히 나갈 의욕도 없었습니다.
두 달 정도 그랬습니다. 창피하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언제부터 달라졌냐면요
2020년 12월이었습니다. 거리두기가 더 강화됐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때 생각이 딱 바뀌었습니다.
아, 이게 끝날 문제가 아니구나.
처음에는 "한 달이면 끝나겠지" 했는데, 1년이 됐습니다. 끝이 안 보였습니다. 강의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예전처럼 100개가 될 보장이 없었습니다.
기다리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용센터에 갔습니다.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으러.
창구에 앉았을 때 솔직히 좀 창피했습니다
담당자가 제 나이를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서류를 내밀었습니다.
"이 나이에 뭘 배우러 오셨어요?"
그 말은 안 했지만, 표정에서 읽혔습니다.
속으로 좀 민망했습니다. 남한테 강의하던 사람이 직업 훈련 신청하러 왔으니까요.
그래도 그냥 서류 적었습니다.
창피함보다 막막함이 더 컸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게 더 컸습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그런 말 많이 들으셨죠? "위기를 기회로."
저도 강의에서 그 말 많이 했습니다.
근데 당하고 나서 알았습니다. 그 말이 맞긴 한데,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충분히 무너져야 합니다.
무너지지도 않았는데 "기회로 삼자!" 하면 억지입니다. 저는 두 달 무너졌습니다. 충분히 힘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움직였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순서였습니다.
무너지고 있는 중이시라면, 이상한 게 아닙니다. 그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