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출근 첫날.
안성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였습니다. 가로 400m, 세로 200m짜리 거대한 창고.
들어서면서 솔직히 멍했습니다.
내가 30년 넘게 강단에 섰는데, 지금 여기 서 있구나.
근무 패턴은 '주주야야비비'입니다. 이틀 주간, 이틀 야간, 이틀 휴무. 사이클이 계속 돕니다. 주말이 없습니다.
처음에 그게 제일 낯설었습니다. 일요일에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취업이 됐냐면요
몇 달을 더 기다렸습니다. 이력서 넣고 또 넣었습니다.
그러다 연락이 왔습니다. 물류센터 시설팀에서 전기시설 관리로 와보겠냐고.
정규직이라고 했습니다.
전화 끊고 잠깐 그냥 멍하게 있었습니다. 담당자가 "여보세요?" 할 때까지.
60세에 정규직 취업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했습니다. 기분 좋은 의미로.
팀원이 다 저랑 비슷한 나이였습니다
팀에 10명이 있었는데, 전부 비슷한 연령대였습니다.
그중에 저처럼 재취업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퇴직하고 몇 년 쉬다 온 분, 전혀 다른 업종에서 온 분.
다들 어떻게든 찾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게 위안이 됐습니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 다들 비슷하게 여기까지 왔구나.
처음 한 달은 다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하루에 1만 보 이상은 기본이었습니다.
넓은 창고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전기, 기계, 시설을 점검하고 고칩니다. 앉아서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30년을 앉아서 강의했던 몸이 적응하려니 시간이 걸렸습니다. 퇴근하면 다리가 퉁퉁 부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달라졌습니다.
뱃살이 빠졌습니다. 다리에 근육이 붙었습니다. 자고 나면 개운했습니다.
기계를 고치는 일의 다른 맛
강의는 말하는 일입니다. 설득하고, 설명하고, 에너지를 씁니다.
시설 관리는 달랐습니다. 말보다 손이 먼저입니다. 고장 난 걸 찾아서 고치면 바로 결과가 나옵니다.
기계가 다시 돌아갈 때 느낌이 좋았습니다. 의외로.
오늘 내가 한 일이 눈에 보였습니다. 강의에서 오는 만족감과는 다른 종류였습니다.
어느 게 더 낫다는 게 아닙니다. 그냥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좋았습니다.
야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야간 근무는 힘들었습니다.
저녁 6시 출근, 새벽 6시 퇴근. 몸이 밤에 자도록 되어 있는데 거기에 역행하는 겁니다.
나이 들수록 야간이 힘들다는 말이 있는데, 맞습니다.
팀원들이 같이 힘들어하니까 버텼습니다. 혼자였으면 더 힘들었을 겁니다.
1년 1개월 만에 그만뒀습니다
2023년 5월, 퇴사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강의 요청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물류센터 일과 강의 두 개를 같이 할 수 없었습니다.
본업인 강의를 선택했습니다.
그 1년 1개월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60세에도 정규직이 된다는 걸 제 몸으로 했습니다. 현장 일의 다른 맛을 알았습니다.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를 씁니다. 해봤으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