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아카데미
인생 이야기은퇴 전

더 밀리면 '갈 곳' 없는 세대: 50대 대퇴사의 함의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조

엉클조 (조경만)

은퇴 자료 · 더스쿠프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대퇴사와 N잡러 시대유감 1편

2차 베이비부머 세대 법적 정년

향후 10년간 954만명 은퇴 전망

낀 세대, 부모 · 자녀 부양 부담

쉽지 않은 재취업… 결국 자영업

‘대大퇴사(Great Resignation)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단일세대로는 가장 규모가 큰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지난해부터 법적 정년(60세)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50대인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향후 10년간 주된 일자리를 떠나 은퇴 수순을 밟을 것을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부모와 자녀 부양이란 두가지 과제를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954만명. 1964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숫자다.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할 만큼 단일세대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이들이 지난해부터 법적 정년(60세)을 맞았고 향후 10년에 걸쳐 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 부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50대 중년으로 아직 독립하지 않은 자녀를 부양하고 있지만, 일자리에선 조기 은퇴 압박에 시달리는 게 대다수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현실이다. 1000만명에 육박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사회ㆍ경제적으로도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걱정하는 건 ‘한가한 소리’라는 말이 나온다. 외환위기ㆍ금융위기 등 대형 경제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1970~1974년에 출생한 이들은 몰라도 최소한 1960년대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하는 현재 50대(50~59세)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부유하다.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9416만원(이하 2025년 기준)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평균 순자산은 5억5161만원으로 1년 전(5억1131만원) 대비 7.9% 증가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부채 규모는 1억1044만원으로 40대(40~49세ㆍ1억4325만원) 다음으로 컸지만, 재무건전성(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6.7%로 60세 이상(10.8%) 다음으로 양호했다.

■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이중고 =

그럼에도 짚어봐야 할 건 있다. 통계엔 언제나 ‘평균의 함정’이 있다. 모든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 건 아니다. 소득 5분위별 순자산 점유율을 살펴보면,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의 순자산 점유율이 47.3%에 달했다.

1년 전(46.0%)보다 1.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1분위(소득 하위 20%)의 순자산 점유율은 6.0%로 같은 기간 0.7%포인트 떨어졌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낀 세대’라 불릴 만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의 부양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이들이다. KB금융지주의 ‘2024 한국 웰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73.4%는 70ㆍ80대 부모를 부양하고 있었고, 34.7%는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다.

그만큼 경제적 부담도 막대하다. 한국은행의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등에서 간병인을 고용했을 때 드는 비용은 월평균 370만원(2023년 기준)에 달했다.

자녀 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중학생 49만원, 고등학생 52만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올해 4년제 대학교의 연평균 등록금이 71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녀 교육비 부담은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직장인 박수용(50세)씨는 “50대가 되고 나니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아프시기 시작하고 아이는 아직 어려 언제 대학을 보낼지 까마득하다”면서 “직장에선 선배들이 하나둘 퇴직 압박을 받기 시작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지금으로선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안정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주된 일자리에서 벗어나면 소득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고 있는 만큼 은퇴 후 빈곤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정년 연장 효과 제한적 =

물론 정부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현행 60세인 법적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년을 연장할 경우 2차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혜택을 받는다.

관건은 실효성이다. 현행 법적 연령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서다. 올해 5월 기준 평균 은퇴 연령(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관둔 나이)은 52.9세에 불과했다. ‘정년제’를 운영하는 기업 역시 21.8%(2024년 기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선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그 혜택은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에 쏠릴 게 뻔하다.

■ 반면교사와 결국 자영업 =

이 때문에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돌고 돌아 결국 자영업 시장에 내몰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8~1963년생)의 경우 은퇴 후 퇴직금으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숱했다”면서 말을 이었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전 세대를 반면교사로 삼아 창업하는 데 비교적 신중한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선 이들 중 일부는 결국 경쟁이 치열한 자영업 시장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5월 발표한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은퇴자를 위한 상용 일자리가 부족해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당수가 생계 유지 등을 위해 자영업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2015년 142만명 수준이던 60세 이상 자영업자가 2032년엔 248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란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자영업자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행 역시 “자영업자가 폐업할 경우 임시ㆍ일용직으로 전환돼 재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참고: 지난해 국세청에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개인ㆍ법인)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소매업(29.7%), 음식점(15.2%) 비중이 전체의 44.9%였다.]

그렇다면 지금 뭘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노동정책을 개편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김준모 건국대(행정학) 교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교육 수준ㆍIT 기술 활용 능력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업무 경험이나 숙련도가 높다”면서 “이들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년 연장뿐만 아니라 계속고용제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혜윤 부연구위원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갖춘 경력이나 숙련도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경력 유지형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말을 이었다. “시간제 일자리더라도 사회보험을 보장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기반해 안정적인 소득을 벌 수 있도록 일자리 제도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정책적 지원 없이 은퇴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경력과 무관한 공공일자리나 열악한 단기 일자리에 내몰렸다. 과연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다른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원문: 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